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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를 보낸다는 것

by 기억공작소 2021.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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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 흘렀다. 

마지막 모습이 영화의 필름이 무한반복되듯 또렷하게 뇌리에 남아있다.

 

숨이 멈춘  후 마지막 발버둥을 하듯 내 숨을 넣었다.

그리고 그 숨은 우리에겐 겨우 2주란 시간을 벌어줄 뿐이었다.

 

처음 의식을 차렸을 때 급히 필기구를 찾으셨다. 기도삽관을 한 후였기에 말을 할 수 없었다.

"가능성은?" 

노트에 쓴 이 글은 마음속에 오열을 불러 일으켰다.

"잘 될꺼야. 괜찮을꺼야."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눈물을 삼키며 해드릴 수 밖에 없는 말이었다.

그 말을 고지 곧대로 믿었는지 안믿었는지는 알수는 없다. 

 

의사는 더 이상의 차도는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하였고 간호사실 옆에 있는 방으로 옮겨졌다.

여기에선 들어오신 분들이 안녕을 고하며 떠나가는 장면이 많이 보였다.

여기서 한숨한숨 버티며 최선을 다하셨다.

 

손녀, 딸, 아들의 인사를 받으며 2주란 시간이 지났고,

여느날과 다름없이 밝은 해가 비치는 날

그렇게 마지막 숨을 내쉬시곤 더 이상 들이마시질 못하셨다.

 

“잘하셨어. 마지막까지 잘하셨어.” 가까이 귀에 대고 말했다.

이는 그의 전체 삶, 그리고 그의 힘겨운 마지막 숨까지도 포함한 마지막으로 들어주었으면 하는 조용한 외침이었다.

 

장례식을 하고 염을 할때 그때서야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회한이 눈물이 홍수와 같이 흘렀다. 숨은 쉴수 없고 심장이 울음과 함께 튀어 나오는것 같았다.

더 이상 들을 수가 없기에 사랑한다는 말은 의미가 없어졌다.

한줌의 재로 변했을 때 내가 사랑하던 형체를 알 수 없는 먼지가 되었다.

이제는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대상이 없어지면 사랑을 알릴 수 없는 필요없는 것이 된다. 

온전히 서로가 알고 느껴야 완전한 사랑이 된다. 

“사랑하는지 알고 있을꺼야”라는 말은 잠시의 부끄러움을 피하기 위한 장치로 나중에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사랑한다는 이를 보낸다는 것은 아프다. 하지만 보내고 난 뒤, 더 이상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아픔은 더욱 크다. 

컴퓨터의 사진처럼 그냥 기억에 남아있는 것보다, 시네마 천국에서의 모아 놓은 키스 장면처럼 그 사람에 대한 사랑한다고 말하는 기억이 더욱 많이 남아있으면 한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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